2007년 10월 4일 목요일

말은 소리 약속이다.

자! 그렇다면 ‘말’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대학을 다닐 때 ‘언어분석철학(말분석철학)’에 대해서 공부를 참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도 ‘언어(말)’라는 것이 직업상(?) 대단히 중요한 도구다. 하여튼, 뭐 어렵고 딱딱한 철학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 “언어(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의를 먼저 내려 보자는 의미다. 재미 없더라도 잠깐만 들어보라. (물론 가끔은 철학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철학을 전공한 필자의 소견으로는 한마디로 “말(언어)이란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좀 유식한 말로 하자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위한 ‘소리약속’일 뿐이다. 결코 시험점수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도 아니고, 인간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해낸 고약한 도구도 아니다. 단지, 두 사람이 서로 안에 있는 ‘생각의 그림’을 전달하기 위한 모종의 ‘소리 약속’일 뿐이다. 어떤 분야든지 먼저 깃발을 꽂는 사람이 ‘대가 혹은 창시자’의 칭송을 받듯이, 누군가는 몰라도 맨~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 그냥 혹은 무심코 “이 나무는 사과나무라고 하자! 저 나무는 복숭아 나무라고 하자!”하고 ‘사과나무’ ‘복숭아나무’라는 소리를 가지고 쌍방간에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내려 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단순한 ‘소리약속’을 ‘학문’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에 속아 열심히 진땀 빼며 배우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안 그런가? 지금도 가끔은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어떤 식물학자가 이 산 저 산을 다니며 식물군을 연구하러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학자가 산에 오르다가 진흙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온 몸이 진흙 범벅이 된 이 학자가 씩씩거리면서 일어나다가 우연치 않게 지금까지 한 번도 학계에 발표되지 않은 희한한 식물을 발견했다고 치자! 물론 처음 발견된 것이니 ‘이름’이 있을까? 없다! 새로운 식물을 발견한 학자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 식물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이 식물이 좀 전에 진흙에 미끄러져서 우연히 발견한 식물이므로 ‘산에 올라가다가 진흙에 미끄러져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우연히 발견한 꽃’이라고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학계에 이 이름으로 발표를 했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우리는 “뭐 이런 이름이 있느냐?” “뭔 놈의 이름이 이렇게 어렵고 기냐?”라고 씩씩거리면서도 그 이름을 써야 한다. 왜? 학자들이 그 식물을 ‘산에 올라가다가 진흙에 미끄러져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우연히 발견한 꽃’이라는 ‘소리’를 내어 부르기로 약속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억울하면 “당신이 먼저 발견하지?” 자! 정리해 보자. 말은 이미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정해놓은 ‘소리약속’에 불과하다. 이런 소리약속들을 빨리 아는 것이 말 잘하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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