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4일 목요일
영어 귀 뚫기 대작전-소리의 양을 잡아라
<1>필자에게 두 아들이 있다. 큰 아들은 7살이고 둘째 아들은 11개월이 됐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 보면 언어를 습득하는 자연스런 방법에 대해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것은 어떻게 대충하다 보니 그냥 저절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듯이 태어나자마자 국어책과 사전을 던져 주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 보고 국어문법책을 외워가며 한글을 배우지 않는다. 한번 생각해 보라. 필자의 11개월 된 아들이 매일 한 시간씩 엄마와 책상에 앉아서 국어책을 읽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 보고 또 그 단어와 문장을 외우기 위해 연습장에 빽빽하게 단어를 쓰고 밑줄을 긋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물론 천지가 개벽한다 해도 11개월 된 아이는 그렇게 못할뿐더러, 만약 엄마가 한국말을 이렇게 가르친다고 한다면 아마도 정신병원에 실려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정신병원에 실려갈 짓(?)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지금 11개월 된 필자의 아들은 겨우 3-4단어 밖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엄마” “까까” “맘마” 정도다. 아직 “아빠”라는 단어는 따라서 하지도 못한다. 왜 ‘엄마, 까까, 맘마’라는 말은 하고 ‘아빠’는 못할까? 간단하다. 아빠는 하루에도 겨우 몇 번만 보고 때문에 아빠라는 단어에는 귀가 별로 많이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보는 사람이 엄마요, 맘마요 까까다. 태어나서부터 11개월 동안 귀가 닳도록 들었던 단어들이다. 아마도 수 천 번 이상은 들었을 것이다. ‘맘마’라는 단어만 해도 그렇다. 하루에도 4-5번씩 젖 먹고 우유를 먹을 때마다 ‘맘마’라는 소리를 최소한 두 세 번씩 들었다고 해 보자. 11개월 동안 몇 번이나 들었겠나? 천 번이 넘도록 들었을 것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어떨까? 여기서 영어를 배우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이 나온다. 미국말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되도록이면 많은 소리의 양에 노출되어야 한다. 노출이 많이 된 소리(단어)일수록 배우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언어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외국어를 배울 때 최소한 어학 테이프를 1천 시간 이상 들려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 1천 시간 이상을 들어야 영어 회로가 머리 속에 형성이 된다고 한다. 최소 1천 시간 이상 영어 테이프를 들으면 머리 속에 ‘영어 소리모델’이 형성된다.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법책에 노출되는 시간은 많지만 정작 영어 소리에 노출되는 시간은 극히 적다. 그래서 아무리 토익 토플을 만점 받아도 실전에서는 영어가 들리지도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지도 못한다. 영어가 안 들리는 이유는 정확히 말하면, "영어 소리"가 안 들린다는 것이다. 똑같은 단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소리와 미국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영어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원주민 말이나 동물울음 소리로만 들리는 것이다. 눈과 머리는 영어를 알아도 내 귀로는 영어를 하나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처럼 영어공부의 가장 첫 단계인 ‘듣기를 통해 익히는’ 단계를 생략했기 때문에 아무리 영어를 십 수 년을 해도 미국인의 2-3살 수준의 대화로 구성된 너무나도 쉬운 영어듣기평가 문제조차도 풀지 못한다. 무슨 말인지 일단 들리지가 않으니 풀 수 없는 것이다. 쉬운 영어문장도 듣지 못하니 영어로 말하기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영어 소리에 당신의 귀를 노출시켜라. 하루에 한 시간씩 영어소리에 귀를 노출시킨다면, 당신의 머리 속에 ‘영어 소리모델’이 형성되는데 약 3년이 걸린다. 하루에 3시간씩 영어소리에 귀를 노출시킨다면, 당신의 머리 속에 ‘영어 소리모델’이 형성되는데 약 1년이 걸린다. 하루에 6시간씩 영어소리에 귀를 노출시킨다면, 당신의 머리 속에 ‘영어 소리모델’이 형성되는데 약 6개월이 걸린다. 하루에 얼마나 영어 소리에 당신의 귀를 노출시킬는지는 당신이 선택하라.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영어 소리에 최대한 많은 시간의 양을 노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노출이 많이 되면 될수록 영어가 터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노출이 많이 되는 단어일수록 입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 빨라진다. 여담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무턱대고 몇 십 문장만 외우거나 몇 천 몇 만 단어만 외우면 영어로 말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고 우긴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쓰고 힘들여서 외워 놓아 봤자, 한 달 후에 혹은 일 년 후에 기억할 수 있는 표현들이나 단어들이 얼마나 되나? 표현들이나 단어들이 기억난다 해도 미국사람 앞에서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표현이나 단어들이 몇 개나 되나? 애써 더듬거리며 외운 문장이나 단어들을 말해도 미국사람은 당신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는 표정만 지을 것이 분명하다. 다 쓸데 없는 짓이다. 단지 영어표현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입이 터지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조차 알아 듣지 못하면서 문장이나 단어만 몇 개 외우면 뭐하나? 정확한 발음도 귀에 익히지 않고 문장을 외우게 되면 도리어 청취력만 저하시킨다. 똑 같은 문장을 미국사람이 말해도 그 문장이 내가 외우고 있는 문장과 같은 것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귀머거리는 자연적으로 벙어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문장이나 단어를 외우는 것과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귀가 먼저 터져야 입이 터진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귀가 터지면 자연스럽게 입이 터진다는 것을 잊지 말라. 수 많은 소리반복을 통해 귀가 터지면 문장을 애써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단 한 두 번만 들으면 그 문장을 다시 말할 수 있게 되는데 뭐 하러 용 쓰며 문장을 외우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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